[광화문남자 이야기(7) - 리멤버 루사 2002]
나 자신과의 약속을 했던 9월의 아름다운 보은행사가 막을 올렸다. 이름하여 리멤버 루사 2002(Remember RUSA 2002)가 9월 1일부터 11일까지 열린다. 행사를 기획하면서 당초에는 조그만 사진전을 개최하여 10년 전 강릉에 몰아쳤던 2002년 태풍 루사의 재해 및 자원봉사활동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하였다.
강릉에 있는 많은 시민단체에 계신 분들의 도움으로 경포호수 산책길에서 사진 및 글 전시회, 강릉바우길의 학이시습지 길 함께걷기, 돌아오는 11일에는 솔로이스츠 인 강릉(Soloists In Gangneung)의 창단음악회를 함께하여 더욱 의미 있는 행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강릉에서 행사를 준비 중이던 어느 날, 택시를 타고 기사 분에게 행사에 대하여 여쭈었을 때 그 분은 강릉에 계신 분들은 지나간 상처를 또 들춰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분도 많을 것이라는 염려도 하셨다. 그러나 자원봉사자의 도움에는 고마울 뿐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특히 9월 1일은 강릉시민의 날이라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다만, 2012년 9월 1일이 시승격 62주년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2002년 9월 1일 태풍 루사로 폐허된 강릉을 각계각층의 많은 지원과 수해복구 자원봉사로 2018년 동계올림픽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보은 의미를 행사에 담았다면 더욱 빛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제14호 태풍 ‘덴빈’과 제15호 태풍 ‘볼라벤’ 몰아쳤다. 강릉지방에는 큰 피해가 없었지만 남서부 지방과 섬지역에는 이번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어 상심하는 농어민이 많다. 2002년 태풍 루사가 강릉에 왔을 때도 그랬지만 많은 분들이 내가 직접 참여하여 자원봉사로 일손을 보태는 것이 수재민에게는 커다란 도움이 되지 않고 그보다는 수재의연금 등으로 수재민들이 중장비 등을 활용하여 수해복구를 하면 더 효율적이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중장비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복구하면 더욱 빠르고 효율적일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2002년 이후 2006년까지 큰 수해에 자원봉사를 하며 느낀 것은 수재민은 빠른 복구도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따뜻한 피를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의 도움이 더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수재민이 재난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으로 이를 극복하는데 필요한 것은 힘센 포클레인이 아닌 따뜻한 피가 흐르는 사람의 손과 가슴임을 수해복구 자원봉사 현장에서 배웠다.
사진과 글 전시회를 많은 분들이 볼 수 있도록 전시회를 9월 9일까지 연장하면서 도움을 주신 각계각층의 강릉에 있는 시민단체 및 행정기관에 감사를 전하고 싶다. 지난 일요일 경포호수 산책길을 찾았을 때 전시물 곁을 떠나지 못하고 사진 한 장 한 장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전시물을 어루만지며 전시된 글을 읽고 있는 어느 중년 분을 볼 때 자원봉사는 배품이 아닌 배움이라는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이번 행사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강릉시민이 이를 기억하고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며, 2018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전국의 자원봉사자 여러분께 강릉을 고향으로 둔 한 사람으로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싶다.
리멤버 루사 2002 바우길 함께걷기 경포호수 산책길의 관람객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정보전산팀장 권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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